어제 새벽 쉽사리 잠을 이루지 못해, 티비만 뒤적이다 우연히 예전에 들었던 고등어 애니메이션이 생각이나 보게 되었다. 파닥파닥이라고 생각보다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독립애니메이션. 고등어의 수족관 탈출기인데, 포스터가 너무 반전이라 보고 난 뒤 제 기분은 처참 그 자체였다.
누가봐도 발랄한 가족영화 느낌의 포스터, 포스터만 믿고 아이와 함께 보지말자. 트라우마에 빠질 수 있다. 영화평 역시 많은 이들이 당분간 회는 먹지도, 쳐다도 못 보겠다고. 영화 포스터로 반전을 주는 최초의 영화이지 싶다. 간단한 줄거리는 이렇다.
바다 출신 고등어의 횟집 탈출이 시작된다!
자유롭게 바다 속을 가르던 바다 출신 고등어 `파닥파닥`. 어느 날, 그물에 잡혀 횟집 수족관에 들어가게 된다. 죽음이 예정된 그곳에서 가장 오래 살아 남은 `올드 넙치`. 그는 자신만의 생존비법(?)으로 양어장 출신의 다른 물고기들의 신망을 받는 권력자다. 바다로 돌아갈 꿈을 버리지 않고 탈출을 시도하는 `파닥파닥`으로 인해 수족관의 평화(?)는 깨지고, `올드 넙치`와의 갈등은 시간이 갈수록 커져만 가는데... 바다를 향한 고등어 `파닥파닥`의 꿈은 과연 이루어질 수 있을까?
영화는 고등어의 눈물겨운 탈출기로 관객을 사로잡는다. 중간중간 나오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뮤지컬적인 요소는 자칫 지루해질 수 있는 수족관으로 한정되어 있는 영화의 배경을 잊게 해준다. 작은 수족관과 7마리의 생선이 전부인 이 애니메이션에서 인간의 비중은 크지만 작다. 그리고 잔혹하리 만큼 생선들의 시점에서 연출은 일어난다. 작은 수족관에 가득 채워지는 물고기들은 하나같이 눈에 초점이 없고, 이 작은 수족관에서도 양어장과 바다, 두 출신의 차이는 극명하게 일어난다.
자유를 찾아 해메는 고등어. 그리고 친구를 지키기 위한 넙치
배수구 밑에 숨어 하루하루를 연명하는 올드넙치, 밤마다 수수께끼를 내고 서로의 꼬리를 뜯어먹으며 굶주림을 이겨내는 수족관 동료들. 그런 그를 이해하지 못하는 고등어와, 고등어를 말리려 하는 넙치 두 마리간의 갈등이 주된 전개요소이다. 사실 넙치가 이러는되에는 다 이유가 있었고, 그 이유는 영화의 결말에 가서 큰 비중을 준다.
수족관 동료들, 그리고 인간여자와 아이.
영화에서는 스쳐지나가는 인물이 없다. 모두 잠깐 나와 사라지지만, 극중전개에 큰 역할을 한다. 만약 하이힐 신은 여자가 놀래미를 잡지 않았더라면, 아이가 고등어를 어항에 넣지 않았더라면, 아마 이야기의 전개가 극적으로 변할지도 모른다. 아니면 정말 아무일 없이 허탈하게 끝날지도 모른다.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
파닥파닥은 어린이를 위한 가족영화가 아닌, 어른들을 위한 잔혹동화다.
수족관에서 겨우 숨만쉬는 물고기들은, 보는 우리로 하여금 다양한 모습은 투영하게 한다. 출신의 차이부터, 보이지 않는 벽을 통과하기 위해 노력하는 고등어로 하여금 우리는 자연스레 우리내 연민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에 부딪혀 좌절감을 느끼고, 몸은 회쳐지고 내장은 버려지고, 겨우 입만 뻐끔거리며 살려달라 외치는 물고기들을 보며, 너무나도 처절한 현실을 맛보게 된다. 그래서 재밌다. 빠져들게 만들고 탄식하게 만든다. 정말 재밌는 애니메이션을 보았지만 너무나도 찝찝하고 기분이 더럽다. 해피엔딩이라는 감독의 말은, 처음볼때 이해되지 않지만, 다시한번 더 천천히 살펴보게 되면 이해가 된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나에게는 베드엔딩 그 자체이다. 영화의 반전은 포스터 하나로 끝이다. 그 이상의 반전은 없다.
하지만 그래도 추천하고 싶다. 너무나도 절박하고 처참하고 지긋지긋한 영화이지만, 현실에 지친이들에게 꼭 한번은 추천하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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