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식이 형에서 김백진 팀장까지, 故 김주혁 님.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내가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된 건 고3 수능 끝나고 개봉한 `광식이 동생 광태`를 통해서입니다. 물론 배우 김주혁 님이 누군지 몰랐고, 배우 봉태규라는 이름에 영화를 봤죠. 그리고 어딘가 친근한 모습의 배우 김주혁 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어리숙한 광식이 역을 너무나도 잘 소화한 배우. 그 뒤로 김주혁 님의 이미지는 나에게 늘 광식이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그를 만난 건 방자전입니다. 사실 영화보다 떡잎에 관심이 있어 본 영화지만, 방자로 나온 김주혁 님의 모습에선 광식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바보가 된 춘향을 지키는 방자만이 있었습니다.
비밀은 없다는 것에 서의 김주혁 님에게선 방자를 전혀 찾아볼 수 없었죠. 출세를 위해 가족마저 버리는, 그런 정치인만이 있었습니다.
배우 김주혁 님의 떠남이 아쉬운 건, 어떤 영화에 나오더라도, 정말로 근처에 있을법한 그런 친근한 모습 때문입니다. 광식이의 어리숙함도, 방자의 순애보도, 그리고 종찬(비밀은 없다.)의 비정함도. 꼭 있을법한 느낌의 극 중 역할을 정말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배우라서입니다. 조금의 보탬이나 과장 없이, 있는 그대로 표현해내는 배우 김주혁 님.
유작이 된 드라마 `아르곤`에서 사실 주의자로 나왔던 그의 모습이 어쩌면 현시대 상에서 원하는 그런 인물의 모습과도 너무나도 잘 어울려 우리네 가슴이 더 아플지도 모르겠습니다. 처음으로 수상자의 영예를 안겨준 공조에서의 악역까지도. 하지만 그의 본 모습은 오히려 예능에서 더 잘 보았던 것 같습니다. 숱한 영화와 드라마에서 많은 모습을 보여주었던 김주혁 님. 어쩌면 그의 본 모습은 1박 2일에서 보여준, 털털한 동네 형일지도 모릅니다. 대표와의 에피소드를 보면 알듯, 의리 있고 순한, 그러나 장난치기 좋아하고 또 때로는 귀찮아하는, 흔한 옆집 형의 모습 말이죠.
사실 유명연예인의 비보를 접하고, 이렇게 따로 글을 남기진 않지만, 김주혁 님의 비보는 예전 고 채동하 님의 비보만큼이나 가슴이 시리네요. 그동안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제 더 이상은 이런 가슴 아픈 비보를 접하지 않길 바라며 마칩니다.
그 동안 감사했습니다. 이젠 아프지 말고 병환없는곳에서 편히 쉬세요.